[관광 전쟁의 현장] ② 쿠폰은 있는데, 발걸음은 멈춰 있다.. 제주가 놓친 ‘이동 발상’
“관광의 성패는 ‘얼마 쓰느냐’가 아니다.” 관광객 쟁탈전은 이미 세계 각국의 생존 과제가 됐습니다. 코로나 이후 수요가 회복됐지만, 경쟁의 방식은 달라졌습니다. ‘쿠폰’을 배포하고, ‘깎아준다’는 할인만으로 차별성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태국은 9월부터 11월까지 외국인 관광객 20만 명에게 국내선 왕복 무료 항공권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총 7억 바트(약 300억 원)가 투입되고, 국제선 신규 예약 외국인은 6개 항공사에서 왕복 1회를 무료로 탈 수 있습니다. 방콕·푸껫 쏠림을 줄이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시 같은 지방 거점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하려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반면 한국과 제주는 숙박·렌터카·입장권 할인, 민생회복 소비쿠폰, 디지털 관광증 같은 지출 확대형 지원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주관광 진단], 2탄에서는 두 모델을 교차 분석하며, 제주가 놓친 과제 를 짚습니다. ■ 한국·제주의 지원 구조 ‘소비 확대’ 중심 정부는 올해 전국민에게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했습니다. 가구당 평균 15만 원 이상이 배정됐고, 숙박·교통·관광 전반에서 지출을 유도했습니다. 제주도는 여기에 더해 숙박·렌터카·입장권 할인권을 내놓고, 여름철에는 해수욕장 편의시설 요금을 낮췄습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관광증인 ‘나우다패스’를 추진한다며, 시범 운영에 나섰지만 현재 참여 관광지는 시범 추진 당시 30여 곳 수준으로 아직 체감 효과를 단언할 단계는 아닙니다. 더구나 현재로선 내국인 대상으로, 외국인 관광객은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쿠폰은 당장 매출에는 도움이 되지만 일정이나 동선을 바꾸긴 어렵다”며 “현재로선 신규 관광 수요를 창출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 태국의 실험 “이동을 겨냥하다” 태국은 ‘소비’가 아니라 ‘이동’을 지원했습니다. 국제선 입국자에게 국내선 왕복 1회를 무료로 제공해 관광객을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키려는 전략입니다. 태국 관광청 관계자는 “한 도시만 보는 단기 관광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새로운 경험이 재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태국 정부는 이 정책을 통해 약 88억 바트 관광수입, 218억 바트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정책은 9월 이후 시행 예정으로, 실제 효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설계는 과감하지만 단기적 이벤트에 그칠지,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태국 정부 차원에서 내각에 예산을 요청할 계획으로 전해졌습니다. ■ 구조적 차이.. ‘지갑’이냐 ‘동선’이냐 비교의 축은 분명합니다. 한국·제주는 쿠폰과 할인을 통해 방문객의 지출 확대에 집중합니다. 일단 안정적이지만, 지역 분산 효과는 미미하다는 분석입니다. 태국은 국내선 무료 제공으로 관광객의 이동 자체를 유도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정책 메시지가 직접적이고 임팩트가 크다는 걸 장점으로 꼽고 있습니다. 한 정책 전문가는 “쿠폰은 내수 진작에는 도움이 되지만, 해외 관광 경쟁에서 차별성을 만들기엔 부족하다”며, “태국은 ‘이동 보장’이라는 메시지로 즉각적인 행동 변화를 노리는 게 다른 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효과는 실제 시행 이후 수치로 입증돼야 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 제주가 직면한 현실 제주는 코로나 이후 내국인 관광에 더 의존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은 증가세라고 하지만 회복은 더디고, 내국인 소비도 정체돼 있습니다. 쿠폰 위주의 정책만으로는 체류일수 확대나 지역 분산을 끌어내기 어렵습니다. 지역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쿠폰 몇 만 원으로는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며 “교통·연결성을 정책에 넣어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 정책 대안.. 이동, 설계에 넣어야 태국의 실험이 던진 메시지는 제법 단순합니다. “이동을 지원하면, 분산은 뒤따른다.” 제주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소비, 혹은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데서 벗어나 이동과 연결성을 정책 설계의 중심에 두는 일입니다. 항공과 해상, 특히 연안권을 연계하면 관광객의 동선은 자연스럽게 넓어집니다. 지금처럼 제주시내나 중문이며 성산 등 특정 권역 묶이지 않고 부속섬이나 외곽지로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들 수 있습니다. 체류형 패키지도 새로 짜야 합니다. 단순 할인권이 아니라 숙박·교통·체험을 묶어 일정 자체를 늘리는 상품이어야 합니다. 일정이 늘면 소비도, 경험도 함께 깊어집니다. 공영 관광지와 셔틀, 환승 허브를 묶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특정 지역으로 쏠리는 흐름을 제어하고, 이 단계에서 행정이 이동 경로를 설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외국인 친화 서비스도 여전히 과제입니다. 결제·언어·정보 제공이 불편하다면 쿠폰을 아무리 내밀어도 재방문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다시 찾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대전제입니다. 한 정책 전문가는 “제주 역시 9월 말 본격 시행되는 디지털 관광증을 통해 시장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며 “성과를 점검하면서 쿠폰을 이동 설계와 결합하는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쿠폰은 매출에는 유용하지만, 이동 설계 없이는 국제 경쟁에서 힘을 잃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 검증 남았지만.. 방향은 분명해 태국의 무료 항공권 실험은 아직 시행 전입니다. 제주의 디지털 관광증도 9월 말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두 정책 모두 성과와 결과를 검증해야 할 지점은 아직 남았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쿠폰만으로는 관광의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관광객의 발걸음을 움직이게 하려면 이동을 정책 설계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이동이 보장될 때 새로운 지역으로의 분산이 가능하고, 체류일수 확대와 재방문으로 이어집니다. 제주 관광의 성패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관광객을 어떻게 오게 만들고, 어디까지 확장시킬 것인가.” 이 질문에 신속하고 정교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세계 각국이 이동을 무기로 꺼내드는 관광 경쟁에서 제주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단기 성과가 아니라, 관광의 뼈대를 다시 짜는 일이 필요합니다.
2025-08-24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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