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건 노인 일자리뿐.. 20대는 사라졌다
일자리는 늘었지만, 그 방향이 문제였습니다. 2024년 4분기 국내 임금근로 일자리는 전년보다 15만 개 이상 늘었지만, 증가 폭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8년 이래 가장 작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누구의 일자리가 늘었느냐’였습니다. 전체 증가분보다 많은 일자리가 60살 이상 고령층에 몰렸고, 청년층과 핵심 생산연령층의 일자리는 오히려 크게 줄었습니다. 이는 고용 둔화를 넘어, 고용 구조 전반의 균열과 왜곡을 드러내는 신호로 읽힙니다. 일자리는 있지만, 일하고 싶은 이들이 설 자리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 ‘증가’ 아닌 ‘분포’가 문제.. 전체 수치는 착시였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24년 4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 전체 임금 근로 일자리는 2,090만 2,000개로, 1년 전보다 15만 3,000개 늘어 표면적으로는 ‘플러스’였습니다. 증가 폭만 보면 분기별 통계가 집계된 2018년 이래 가장 적었습니다. 하지만 이 증가분 대부분이 60살 이상 고령층(24만 8,000개 증가)에게 몰렸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고용 여건은 악화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20대 이하 일자리는 14만 8,000개, 40대 8만 4,000개 줄어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습니다. 30대와 50대에서 각각 6만 7,000개, 7만 개 늘었지만, 전체 연령대의 고용 흐름이 ‘쏠림’ 구조로 심화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단지 인구 구조 변화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인구 감소는 점진적이지만, 고용 감소는 급격했습니다. 고령층 일자리 편중은 정책적 개입의 결과이자, 산업 현장의 구조적 수요 축소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 건설업은 붕괴, 제조업은 정체.. 민간 일자리 사라져 산업별로 보면, 건설업이 1년 새 10만 9,000개 줄어 가장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습니다. 부동산업에서도 일자리가 9,000개 줄었습니다. 특히 건설업은 2022년까지도 꾸준히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던 분야였지만, 금리 인상과 민간 투자 위축, 지방 공공사업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고용 기반이 급격히 무너진 것으로 보입니다. 제조업은 전체 일자리 비중이 가장 높지만, 겨우 9,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고용 창출 여력이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즉, 주력 산업에서의 고용 정체는 민간 부문 전반의 고용 동력을 의심케 하는 지점입니다. 반면, 보건·사회복지업은 14만 개 늘었으며, 숙박·음식점업과 운수·창고업도 각각 2만 명대 증가했습니다. 모두 고령층 종사 비중이 높거나, 생계형 단기 일자리가 많은 분야입니다. 질 높은 일자리보다는 저임금, 비정규직 중심의 고용 확장이 주를 이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 일자리는 생겼지만.. 사라진 자리 더 많아 일자리 순증만 보면 고용 시장이 아직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구성 요소를 들여다보면 위기감이 선명해집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같은 근로자가 계속 점유한 지속 일자리는 1,509만 6,000개(72.2%)였습니다. 반면 퇴직·이직으로 대체된 일자리는 336만 2,000개(16.1%), 신규로 생긴 일자리는 244만 4,000개(11.7%)였습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사라진 일자리도 229만 2,000개에 달했습니다. 즉, 새로 생긴 일자리보다 없어진 일자리가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에서 ‘역전’ 가능성이 멀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특히 사라진 일자리는 지난해 1분기보다 11만 7,000개 늘어난 반면, 새로 생긴 일자리는 같은 기간 4만 5,000개 감소했습니다. ■ ‘퇴직자’만 채용?.. 청년층 고용, 녹아내린다 눈에 띄는 점은 20대 이하와 40대의 동반 고용 감소입니다. 특히나 20대 이하의 일자리는 14만 8,000개 줄며,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습니다. 교육 이수 후 첫 진입 단계에서부터 탈락하는 구조적 문제로 해석됩니다. 통계청은 “20대 이하의 일자리 감소는 인구 감소와 경기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인구 자연 감소만으로는 감소 폭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기존 청년 채용 수요가 줄었고, 기업들의 신규 고용 여력도 제한되면서 청년층의 고용 기반이 약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40대의 일자리 감소는 경력 단절, 재취업 실패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며, 생산연령대 전반의 구조적 고용 불안이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25-05-21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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