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간다”는 말, 지금 가장 힙하다.. 여행자·현지인이 꼽은 1위는 ‘재래시장’
2025년, 가장 많이 추천받은 국내 여행지 자원은 의외의 공간이었습니다. ‘산’도, ‘바다’도 아닌 바로 ‘재래시장’입니다. 자연 속 힐링보다, 도시 속 경험과 소비가 중심에 섰습니다. 산과 바다를 밀어내고, 전통시장과 디저트 맛집, 오래된 거리들이 여행의 최전선으로 올라섰습니다. 지금 여행의 기준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무엇을 보았는지가 아니라, 어디서 누구와 어떤 경험을 했는지가 중심이 되는 시대입니다. ■ “산보다 시장”.. 2025년 추천 1위는 ‘재래시장’ 올해 여행자와 현지인이 가장 많이 추천한 국내 여행자원은 ‘재래시장’이었습니다. 시장조사업체인 컨슈머인사이트가 7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에서 재래시장은 39.1%의 추천율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2019년에는 2위였지만, 코로나19 이후 1계단 상승하며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습니다. 특히 지역별로 부산 중구의 경우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 등 복합형 시장이 밀집한 지역으로, 무려 75%의 응답자가 ‘추천한다’고 답했습니다. 장터 입지에서 나아가 먹거리와 볼거리, 체험이 어우러진 ‘도심형 종합 콘텐츠’로 자리 잡은 셈입니다. ■ 자연은 하락세, 도시 체험 선호도↑ 이번 조사는 전국 여행자 2만 3,522명과 현지인 2만 5,268명 등 총 4만 8,79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조사 결과는 확연한 여행객들의 수요도 변화 양상을 드러냈습니다. 자연 중심 여행자원의 대표격인 ‘산·계곡’은 3위(32.0%)로, ‘바다·해변’은 21.4%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반면 도시 체험 요소인 ‘유명 디저트 음식점’은 7계단 상승해 9위에, ‘거리·대학문화’는 13위에 올랐습니다. ‘박물관·미술관’, ‘마을·주거지’ 항목도 각각 4계단씩 올라, 체험형 여행지로의 관심이 뚜렷하게 증가했습니다. ■ MZ가 고른 건 ‘감성’과 ‘인증’ 이번 조사에서 부각된 특징 중 하나는 MZ세대의 영향력이었습니다. 디저트 맛집, 노포, 레트로 감성이 살아 있는 재래시장, 오래된 구도심의 거리 문화는 모두 SNS에서 ‘공유하기 좋은 장소’라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서울·부산·대구·대전 등 대도시의 ‘중구’가 여러 항목에서 1위를 차지한 것도 주목할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이들 지역은 오랜 역사와 정취가 깃든 공간으로, ‘새로움보다 오래됨’을 경험하고자 하는 흐름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반면, ‘길거리 음식’은 위생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인해 12계단 하락해 22위에 머물렀습니다. 디저트류 전문점의 인기는 오르고, 즉석 음식의 인기는 내려간 모양새입니다. ■ 지역별 여행자원도 더 풍부해져 올해 지역별 평균 추천 여행자원 수는 7.35개로, 2019년(6.13개)보다 1.22개 늘어났습니다. 이는 여행자들이 선택 가능한 콘텐츠 자체가 다양해졌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그저 볼거리 하나로 결정되던 예전 여행과 달리, 복합적인 경험과 소비, 공유가 결합된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경북 청송과 안동, 부산 중구는 여러 항목에서 1위를 기록하며 지역 관광경쟁력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전남 함평의 지역축제, 전주 민박 문화, 대전의 디저트 명소 등도 주목받았습니다. ■ 제주관광이 읽어야 할 변화의 흐름은? 이번 조사 결과는 제주에도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제주는 여전히 ‘자연 관광지’로 인식되고 있지만, 지금의 여행 트렌드는 자연 자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냅니다. 제주에는 동문시장, 오일장, 서문시장 등 전통적 자원이 풍부하다지만 그 시장들이 여전히 ‘옛 장터’의 기능에만 머무르고 있다면, 새로운 흐름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시장 역시 콘텐츠이고, 그 안에 무엇을 담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합니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는 공급 중심이 아닌, 여행자의 경험을 설계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며 “제주의 오래된 거리와 로컬 식문화, 자연과 어우러진 골목 문화를 새롭게 구성해내는 감각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제주의 공간이 ‘보는 곳’에서 ‘머무는 곳’으로 전환되어야 할 시점을 맞았다”고 강조했습니다. 2025년, 여행자가 내리는 선택은 분명해졌습니다. 풍경보다는 경험, 힐링보다는 인증, 일상 탈출보다는 일상 속 확장에 방점이 찍힙니다. 재래시장은 더 이상 과거의 유물이 아닙니다. 지금 가장 많이 선택받고, 가장 오래 기억되는 ‘경험의 무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번엔 어디서, 누구의 이야기를 시장에서 만나게 될까?”
2025-07-07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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